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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Outside the Orchard)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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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Outside the Orchard)
동구 밖(Outside the Orchard)

1. 과수원에 대한 개인적 서사
부모님은 청주에서 30년 넘게 배 농사를 지으셨다. 배 밭의 나무들은 지금의 우리 가족과 나를 있게 해준 고맙고 소중한 존재였다. 3년 전 부모님이 배 농사를 그만하시겠다고 결정하셨을 때, 농사일의 고됨을 알기에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배나무들이 베어질 것을 생각하니 아쉽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배 밭의 나무들은 이미 다 베어지고 땔감으로 쓰기 좋게 가지런히 잘려져 있었다. 불과 며칠 사이, 그 많은 나무들을 아버지 혼자 베어내셨다. 아마도 배 밭의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또다시 농사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으셨으리라... 그렇게 정든 배나무들을 스스로 베어내셔야 했던 아버지의 심경을 어림짐작하며 빈 들판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수많은 감정과 장면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교차되며 상영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과수원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2. 도시개발과 기후 위기 앞에 놓여있는 과수원의 풍경들
틈틈이 배 과수농가들을 물색하던 와중에 배과수원으로 유명한 경기도 평택시 죽백동에 가보게 되었다. 배꽃이 저물던 4월 말이었다. 아담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정취가 인상적이었고, 배 밭 너머 인근 신도시 아파트 건물 풍경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에워싸고 있었다. 한편 몇년 전 과수화상병으로 인해 매몰된 배 밭의 흔적들은 이미 당도한 기후 위기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 상영될 영상은 영화적 내러티브를 갖춘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개발과 기후위기 앞에 놓여있는 과수원의 풍경들’을 가급적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