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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충북갤러리길을 가다Exhibition Details
- 전시일정 Jun 4 - Jun 16, 2025
- 참여작가 이상미
Artist' note
“길을 가다”
이상미
인상주의의 가장 큰 공은 사실적인 묘사에 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길을 가다” 의 작업은 전적으로 인상주의 미학에 중심을 두고 있다.
자연풍경과 인간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은 것은 인상주의가 찾아낸 빛과 색채의 아름다움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인상주의 작가들이 선호한 순색을 “길을 가다” 에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의 자연과 인상파 화가들이 열광했던 남프랑스의 풍경 및 정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색채를 중후함이 느껴지도록 표현한 것도 이러한 자연 및 기상학적인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풍경화를 그리다 보면 빛과 날씨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림 그리는 시간대에 따라서 색채 및 밝기가 변하기에 그렇다.
여기 작업에서도 이러한 날씨 상황이 그림의 정서에 반응이 되었다. 이는 내면의 깊이를 추구하는, 즉 사색 및 사유와도 연관성을 가진다. 전반적인 작업 패턴은 산 풍경을 대변해서 “길을 가다” 란 포괄적 주제로 연관시켰다. 작가로서 산을 대하는 진솔한 작품 태도 때문이다. 산은 내게 그리움과 동경, 경외감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그 산들이 내뿜는 생명의 기운들이 그려내고 싶은 작가적인 고민으로 이상미는 산을 그리게 했다.
그것도 대다수는 고산준령의 바위가 버티고 있는 산이다. 녹음이 우거진 숲 멀리 불쑥 솟아난 바위산은 그 위용과 기세가 하늘을 찌를듯 하다. 초록의 숲 가운데 그 존재감이 유별나게 도드라지는 바위산은 한국적인 자연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숲 가운데 자리한 바위산은 장엄한 기세와 기운을 품고 있다. 그 위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잠재된 욕망이 불끈 솟아오르는 듯한 충동과 힘을 느끼게 된다. 작업에서 바위산이 유독 많은 건 이러한 감정을 자극함으로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인지 모른다.
그림의 전체적인 화면 구성은 두 부분으로 묘사한다. 속살을 드러내듯 채색된 암석들과 그것들을 다시 덮으려는 듯한 수목들의 군집 된 형상들이 세련되게 배합된 색상들이 있다. 생략과 대답하고 자유롭게 힘 있는 붓 터치를 통하여 가장 안정감 있는 구도와 바라볼수록 자연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작가만의 서정적 세계를 암시하는 의미를 담아 “길을 가다” 로 보여주려고 한다.
About
내 작업의 세계는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내재된 신화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웅장한 히말리야의 영봉들, 천년설 덮힌 알프스의 융프라우,
꽃이 피면 질까봐 아쉬워서 쉽게 잠 이루지못하는 찬란한 봄,
한국인의 정서에 녹아있는 서정을 그려내는 일이다
나는 사실적인 그림보다 사의적(思意的)인 그림을 지향한다
단순화되고 함축되어 절제된 화면구성과 시를 읽는 것 같은 서정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내 작품의 의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AI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향수와 휴식을 느끼게 하고싶다
Exhibitions
Review
이상미 작가의 작품 평론 글
- 길을 가다 -
이상미 작가는 50여 년 서양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현역작가이다.
작가로서의 오랜 작업의 여정 속에서 그녀만의 예술세계에 더욱 깊이를 더하여 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지역을 대표하는 여류작가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부친 (이동호: 전 충주사범학교 미술 교사)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여전히 부친과 같은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길을 가다”라는 전시주제를 즐겨 사용한다.
작가의 회화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서정적인 감수성”으로 특히 전통적인 유화 기법으로 그린 풍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인물과 기물, 여행풍경화 등 다양한 주제를 안에서 작가만의 특색있는 서정적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들이 현역작가로서 지역에서 주목받는 위치를 점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화 고유의 색감과 재료의 특성을 넘어 자신의 회화작품 속에 서정으로 그려내는 작가를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동시대적인 추상계열의 지역 화단의 흐름 속에서 서양화가로서 묵묵히 구상작업을 해온 작가이며, 현대성이 강조되는 혼합적인 재료의 선호 속에서 주변의 흐름과 상관없이 유화라는 서양적이지만 이미 충분히 익숙한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온 작가이다. 그리고 늘 새로움을 향한 작업과 작품의 완성을 넘어 그다음을 고민하는 끈기 있는 감성을 소유한 작가이다,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선 그녀의 모습에서 물러섬이 없는 예술적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산” 그림들에서 작가만의 작품성을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먼저 작가로서 산을 그려내고자 하는 작가의 진솔한 태도 때문이다.
“산은 내게 그리움과 동경, 경외감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그 산들이 내뿜는 생명의 기운들을 온전히 그려내고 싶은 고민이 나로 산을 그리게 한다. (작가 노트)
이러한 작업의 자세는 작가만의 회화적 특징으로 나타난다.
산이 주는 거친 생명감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구상적인 묘사를 넘어 최종적으로 직관적인 생략과 단순화된 색채들, 거칠고 속도감 있는 붓 터치들로 깊이 있는 완성으로 마무리한다. 또한, 작가가 추구하는 서정적 표현은 단순화된 색상들과 함께 나타나는 다양한 화면 구성들이다. 화면에 남겨진 실사 적인 요소와 반추상의 형식들 즉, 형태의 생략과 색채의 대비들로 작가 자신의 내면에 이미 그려진 생명력으로 충만한 서정적 산의 세계를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언급처럼 “그리고 싶은 대상이 내게 들어와 마음속에 싹을 틔우며 가지를 치며 꽃으로 피어나며, 때로는 영감이라는 행운을 만나 그려진 작품들이다”.
자연 풍경을 그리는 작가들은 자연의 경이로운 풍경 앞에 압도당하지 않고 재현하는 세계, 즉 실사의 풍경을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재해석하여 그려내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가 그려낸 “산” 작품 중에서 “히말라야 설산”은 여성이지만 남성 못지않은 웅장한 스케일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화면 구성은 원경의 장엄한 설산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진 근경의 들판을 강조하기 위하여 정감 있는 붓 터치와 주목성이 높은 노란 색을 사용함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이 먼저 현실 세계를 머물고 난 후 피안의 세계인 설산의 연봉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긴 수평적 구도 안에서 두 주제를 연결하는 시각적 구조요소는 멀리 설산에서 흘러오는 하천을 밝은 색상의 사선으로 묘사하여 배치함으로 자연스럽게 두 세계가 이어지도록 한다. 마치 히말라야 동쪽에 숨겨진 낙원 ‘샹그릴라’를 찾아내듯 변화무쌍한 자연의 세계가 작가 안에서 이미 평안의 세계로 자리 잡은 이후에 그려낸 작가만의 서정의 세계이다.
작가만의 이러한 서정적 풍경을 창조하기 위하여 다양한 화면 구성 방식을 사용한다.
역동적인 산들의 위용을 그려내기 위하여 산들의 정상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다른 작품에서는 산들의 전체 모양을 그려내기 위하여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일반적인 구도가 아닌 산들의 입체적인 모양들까지 알 수 있는 전지적 시점으로 굽이치는 산들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야외 풍경을 그린 작품에서도 작가만의 작품형식이 드러나는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작품“만추”에서 작가는 뜨거운 추상 작품에서 느끼지는 색상 위주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마을 어귀의 평화로운 황금 들녘과 대조되는 뒷산의 묘사는 넓은 면적을 단색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명암처리를 통하여 산이 있음을 암시한다. 전체적으로 보라색을 머금은 진청색의 붓질 위에 보색 관계의 노란 색으로 거칠게 채색된 전면의 나무를 통해 색상으로 이등분된 화면을 절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수직과 수평묘사를 색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이분화된 색상 분할에서 중앙에 마을을 실제 모습을 그려내어 고향 마을의 정겨운 만추의 서정을 대담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자상함이 느껴지게 하는 뛰어난 작가만의 작업 방식이다.
작가만의 감성이 표현된 작품으로 설레는 계절, 특히 봄을 맞이하는 작가의 감성을 잘 표현한 “산 벚꽃”작품이다. 그림의 구성은 조금은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듯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 모습으로 묘사된 논밭들,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 뒤로 점점 깊어지는 산들의 묘사로 이어진다.
봄을 맞이하는 근경의 초록의 산들과 대조적으로 멀리 보이는 먼 산들은 아직도 봄이 도착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무채색의 산들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은 겨울 동안 인내하며 봄을 기다려온 작가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산속 들불처럼 점점이 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리는 산 벚꽃들을 정감있는 묘사로 오랜 기다림의 마지막을 그려내는 듯하다. 희미한 등불을 묘사하듯 그렇게 그려진 산 벚꽃은 봄을 흘리듯이 맞이한다.
작가의 회화적 특성은 웅장한 구도와 간결한 사실적 묘사들, 두꺼운 색감, 기운찬 붓 터치들이다. 그리고 동시대에 그려지는 그림들보다 예스러울 것 같은 분위기가 더 새롭고 정감 있는 이유는 현재의 많은 전시장에서 보이는 작품들에서 큰 흐름으로 나타나는 디자인적인 구성 화면들과 부담스럽도록 얇아진 색상들의 표면성과 달리 물감의 두꺼운 발림과 작가만의 조색으로 나타나는 색상 자체의 발색이다. 이것이 모니터의 광원 3원색들과 함께 주목성이 높은 형광색상으로 채워진 회화작품들 속에서 역설적인 정감 있는 다름, 즉 정서적 서정성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작업은 구상안에 내재 된 추상의 세계를 찾아 걸어온 서정에 이르는 긴 여정이다. 보이는 풍경의 실상을 넘어 작가 자신 속에 들어와 미리 그려진 자신만의 서정의 세계를 그려내는 다양한 내용과 이야기들 그리고 작가만의 여정으로서 그림의 형식들을 완성해 왔고 오늘도 작가는 그 길을 가고 있다.
예일 갤러리 관장 이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