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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 프로젝트 포스터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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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 프로젝트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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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충북갤러리2025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 프로젝트
Artist' note

옥천에서 활동하는 7인의 사진가는 보오리, 이평리, 지오리, 석호리를 중심으로 대청호 수변마을을 기록했다. 이 네 마을을 기록해 온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의 사라짐을 가장 먼저 감각하는 사람은 늘 그 땅을 딛고 살아온 이들이다. 그래서 이 기록은 ‘외부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지역 스스로의 증언이자 공동체의 자필 서명 같은 기록이다.

박난희의 사진은 대청호의 고요함을 가장 깊이 포착한다. 물 위에 반사된 산과 하늘은 현실과 과거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수몰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 바위와 풀, 잔물결 같은 작은 요소들은 사라진 마을의 흔적을 대신 말한다.

이진영은 오래된 집의 벽면 기울어진 지붕, 금이 간 석축 등 마을의 물리적 해체를 세밀하게 기록한다. 이 사진은 사람이 떠난 뒤 남은 집들이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버티고 있는지 보여준다. 철판과 목재의 촉감, 밝은 하늘과 대비되는 붉은 벽의 색감은 마을의 마지막 생명 신호처럼 다가온다.

정성욱의 작업은 강한 녹조와 녹색 수면을 가득 채운 초록빛을 통해 대청호가 겪는 환경 변화까지 포착한다.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물, 풀에 엉킨 로프, 정체된 물의 색은 마을이 사라지는 현상이 단순한 인구 소멸이 아니라 환경과 생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이품의 사진은 수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부부를 따뜻하게 담아낸다.
일의 도구를 들고 선 모습, 옷에 묻은 흙, 미소 속의 단단함은 마을이 가진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물사의 기록이다. 그는 사라져가는 마을을 잃어버린 공간으로 보지 않고,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했던 마을의 본질을 보여준다.

진주희는 집과 호수, 골목과 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마을의 공간적 리듬을 기록한다.
돌계단, 열린 문, 아래로 내려가는 길, 이 모든 요소가 마을의 방향성과 구조를 말해준다.
사라져가는 마을을 가장 물리적인 감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다경의 사진은 실제로 마을의 심장부에 가까운 기록이다. 벽에 붙은 가족사진들, 결혼식과 생일잔치, 집안의 성취와 기쁨이 담긴 액자들은 마을의 역사이자 한 집안의 연대기다. 이 사진은 마을이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세대의 서사가 쌓인 삶의 총량임을 보여준다.

이종은의 사진은 작은 집 앞의 빨래, 걸린 바지, 말려가는 빨랫줄과 쌓여 있는 생활도구 등이 구현하는 마지막 일상성을 기록한다. 이 장면은 아무것도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마을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고 가장 나중에 기억되는 것이 바로 이런 ‘생활의 디테일’이다.

이번 전시는 사라지는 마을을 애도하기 위한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소멸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최소한의 기록 행위이고 우리가 끝까지 기억해야 할 삶의 자리들에 대한 증언이다. 기억이 지역을 넘어 모두의 것이 되어야 사라짐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About

물 아래로 가라앉은 삶이 있는가 하면 물 밖에 남았지만, 이제는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마을들이 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두 번 사라지는 마을’의 기록이다.

대청댐 건설로 사라진 수몰 마을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거대한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마주한 현실은 또 하나의 상실이다. 수몰의 경계에 남아 있던 수변 마을들마저 인구 소멸과 공동체 해체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지도에는 이름이 남았지만, 실제 삶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는 공간들. 이 기록은 그 마지막 시간을 붙잡고자 한 지역 사진가의 지속적인 현장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 작업이 지금 서울에서 전시되어야 하는가.

첫째, 소멸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충북의 작은 수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미 한국 전역의 농촌, 산촌, 어촌이 겪고 있는 공통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의 관객이 이 사진들을 마주한다는 것은 지역의 이야기를 타지역의 이야기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직면해야 할 구조적 변화’를 바라보는 일과 같다.

둘째, 지역 기록은 그 지역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마을의 기억이 지역 내부에서만 소비될 때 기억은 곧 잊힘으로 이어진다. 이 기록이 서울이라는 문화적 중심에서 공유될 때 비로소 지역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 전체의 서사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역 아카이브가 살아남는 방식이다.

셋째, 도시의 관객은 사라짐을 경험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기에 더 많이 봐야 한다.
도시는 늘 새롭게 구축되며 변화의 여파로 인해 오래된 것들이 순식간에 지워져도 그 상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충북의 수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멸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최전선이며 기록되지 않으면 곧 영영 사라진다. 서울에서 이 작업을 보여주는 일은 ‘보이지 않는 상실’을 드러내는 시민적 행위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풍경 기록이 아니다.
물에 잠긴 과거와 사라져가는 현재의 마을이 한 장의 이미지 안에서 조용히 겹쳐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놓쳐온 공동체의 마지막 빛을 보여준다.

사진은 질문한다.
“이곳이 사라져도 괜찮은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서울 충북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사라지는 마을의 이야기가 충북의 경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어야 할 공동의 기억임을 말하고자 한다.

오프닝 및 토론 오후 2시 (예정)

Exhibitions
Review

시민기록자가 구축한 다층적 지역 아카이브: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의 시각문화적 의미와 참여 작가들의 고유한 실천성 분석

사진충북
이재복


한국 사회에서 ‘지역 소멸’은 단순한 행정적,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생활세계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정체성이 위협받는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충북 대청호 일대의 수변 마을은 과거 대청댐 건설로 인한 수몰이라는 급격한 상실을 겪었고, 현재는 인구 감소와 생태 변화, 생활 기반 해체로 다시 한번 소멸의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의 상실 속에서 지역의 기억은 공적 기록 체계의 주변부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기록을 수행한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는 충북지역 아카이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전문 연구자나 공적 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생활 단위의 미시적 기록, 정서적 밀착성, 현장성과 관계성을 시민 기록자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그 결과물을 서울이라는 중심 문화공간에서 공유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1. 시민이 기록 주체로 등장하는 장면: 감각의 민주화와 공공성의 재구성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기록의 주체가 전문가가 아니라 지역 시민들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사진 교육을 통해 기술을 익히는 수준을 넘어,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이 변화에 대해 어떤 감각을 가질 것인가?”, “기록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라는 감각적·윤리적 질문을 학습했다. 이 과정은 지역의 공공 기록이 더 이상 외부 전문가나 기관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으며, 지역 주민 스스로가 역사적 기억 생산의 주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들은 전문 사진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전문가의 시선이 큐레이팅된 시각과 형식적 완성도에 집중된다면, 시민기록자는 관계, 일상성, 반복되는 현장 체험을 통해 지역을 이해한다. 이것이 이번 전시가 갖는 첫 번째 미학적·사회적 의미이고 기록의 민주화이다.

2. 참여 작가들의 개별 시선 분석: ‘다층적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감각들
일곱 명의 시민기록자들은 같은 대청호 수변 마을을 기록했지만, 서로 다른 감각과 문제의식을 통해 각기 독자적인 아카이브적 층위를 형성한다. 이 다층성은 학술적으로 중요한데, 이는 단일한 서사가 아닌 병렬적·다중적 서사 구조를 통해 공동체 소멸의 복합성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각 작가 고유의 형식적·개념적 성격을 보다 학술적 용어로 분석한 내용이다.

박난희는 수면(水面)의 반사 구조를 통한 ‘기억의 현전성’ 탐구하고 있다. 대청호라는 공간을 거대한 ‘기억의 표면’으로 읽어내는 미학적 전략을 활용한다. 그의 이미지에서 물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과거(수몰된 마을)와 현재(존재하는 호수)가 서로 반사되며 중첩되는 복합적 시간 매체다. 반사된 산, 하늘, 물결의 미세한 떨림은 기억이 더 이상 땅 위에 존재하지 못하고 물 위에서만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을 시각화한다. 박난희의 작업은 지역 아카이브에서 보기 드문 ‘풍경의 정서적 기억화’를 실천한다.

이진영은 물리적 붕괴를 기록하는 구조적 시선을 주제로 ‘해체의 아카이브’ 표현하고 있다. 마을의 물리적 해체 과정을 구조적으로 탐색한다. 갈라진 벽면, 처진 지붕, 붉게 빛나는 벽은 ‘사람이 떠난 뒤 공간이 어떻게 스스로 붕괴하는가’를 물질적 언어로 표현한다. 특히 그의 사진은 표면의 균열, 구조적 긴장, 색채의 대비를 통해 마을이 더 이상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붕괴를 견디는 신체처럼 존재함을 드러낸다. 이진영의 기록은 건조하지만 정직한 물질성의 기록으로, 지역 공간의 해체가 공동체 해체의 시각적 은유임을 밝혀낸다.

정성욱은 생태 변화와 공동체 소멸의 상관성 연구 ‘환경 아카이브’의 시각화를 추구한다. 소멸을 인간 중심 서사로만 보지 않고, 환경·생태 시스템의 변화까지 관찰한다. 녹조로 뒤덮인 수면, 떠 있는 구조물, 정체된 물빛은 인간의 삶과 환경 변화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지역 소멸을 “인구 문제”가 아닌 “환경 시스템 붕괴의 연쇄 반응”으로 재해석하게 한다. 이는 충북지역 아카이브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생태적 접근으로, 지역 기록의 관점을 크게 확장한다.

정이품은 공동체의 ‘삶의 주체’를 복원하는 인물기록을 주제로 존재의 윤리학을 이야기한다. 인물 사진은 공간 중심의 기록에서 벗어나, 마을을 살아온 주체의 얼굴, 몸짓, 노동의 언어로 접근한다. 평생 수변 마을을 지켜온 노부부의 모습은 도구를 든 손의 주름, 흙이 묻은 옷, 표정 속의 단단함 등을 통해 공동체를 지탱해 온 삶의 질감을 드러낸다. 그의 사진은 “마을은 사람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기본 명제를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는 지역 생활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시각적 기여다.

진주희는 마을 구조의 리듬을 읽는 공간 기록을 했다. 돌계단, 문, 길, 집의 배치 등 공간의 구성 요소들을 통해 마을의 구조적 리듬을 탐색한다. 이 요소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을이 유지되기 위해 작동하던 이동·관계·시간의 경로를 알려주는 기호적 장치이다. 그의 작업은 지역공간을 ‘지도화’하는 동시에, 해체되어 가는 마을의 구조적 질서를 복원하는 시각적 기호학으로 기능한다.

이다경은 사적 아카이브의 수집과 기록을 했다. 기억의 내부 구조 탐사를 통해 집 내부의 사진, 액자, 가계의 흔적 등을 기록하며 공동체의 역사를 한 가정의 개별 기억이라는 다층적 구조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역 아카이브를 단순한 공간 기록에서 사적 기록(Private Archive)과 공적 기억(Public Memory)의 연결 장치로 확장하는 중요한 시도다. 그의 사진은 마을의 실체가 ‘공간의 집합’이 아니라 세대의 삶이 중첩된 연대기적 총합임을 보여준다.

이종은은 사라지기 직전의 일상성을 기록하는 ‘생활 아카이브’의 실현하고 있다. 빨래줄, 바지, 생활도구 등은 대개 기록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사소한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세한 생활의 온도’가 사라지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보존한다. 이 작업은 지역의 소멸을 추상적 담론이 아닌 생활 감각의 상실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의의가 크다.

3. 서울 전시의 정치적·문화적 의미: 기록의 이동과 기억의 확장
시민 주도의 지역 기록이 서울이라는 문화적 중심으로 이동한 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기억의 지위 변화를 의미한다. 지역 내부에서만 소비되던 기록이 중심부에서 보여질 때, 그 기록은 국가적 담론으로 변환된다. 도시는 상실을 빠르게 대체하는 구조를 가진다. 대청호의 소멸은 ‘가려진 상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기록은 생산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공유와 해석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 아카이브로 기능한다. 서울 전시는 이 세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정치적 장치이다.

4. 시민기록자 아카이브의 시대적 의의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는 지역아카이브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시민이 기록의 중심 주체로 등장했고, 각 작가의 독자적 시선이 다층적 아카이브를 구성한다. 지역의 기록이 서울에서 공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장면을 실현했으며 지역 소멸 담론을 시각문화 차원에서 재해석했다. 결국 이번 전시는 사라지는 마을의 기록이 아니라 기록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실천이다.

결국 이번 전시는 사라지는 마을의 기록이 아니라, 기록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실천이다. 대청호의 풍경 속에는 과거의 수몰과 현재의 소멸이 중첩되어 있지만, 그 사이에서 시민기록자들은 새로운 층위의 기억을 생성하며 지역 아카이브의 미래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의 시선은 전문 작가의 미학적 기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활세계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그 변화의 의미를 공동체의 경험 속으로 다시 번역한다. 이는 사진이 단순한 재현의 도구를 넘어, 사회적 감각을 회복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대청호의 풍경 속에는 과거의 수몰, 현재의 소멸, 그리고 시민기록자들이 새롭게 구축하는 미래의 기억이 함께 존재한다. 이 전시는 지역의 미래를 시민이 스스로 기록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