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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충북갤러리2024 충북갤러리 초대전 <가덕면 창작실험실 입주작가 초대전>Exhibition Details
- 전시일정 Sep 18 - Sep 23, 2024
- 참여작가
민선희 외 3명
- 민선희
- 송혜경
- 염숙희
- 최진영
About
가덕면 창작실험실은 2023년 12월, 벽산엔지니어링의 후원으로 옛 농기계 훈련관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위한 입주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에게 창조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초대전에 참여한 청주공예협회 소속의 네 명의 작가들은 가덕면에서 보고 느낀 자연과 사람 속에서 얻은 영감으로, 공예의 지속가능성과 새로운 가치 창조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 작품을 선보입니다.
최진영 작가는 자연이 보내는 시그널을 이해하고 계절의 변화를 금속공예로 담아내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꿈꿉니다. 염숙희 작가는 천연염색의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여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송혜경 작가는 가죽공예로 산과 대지의 웅장함을 형상화하여 그 속에서 자연의 형태와 조화를 찾아갑니다. 민선희 작가는 한지와 보리를 매개로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시간을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갑니다.
이처럼 네 명의 작가는 가자의 분야에서 자연과 사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새로운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Exhibitions
Review
천천히, 은은하게 스며드는 시간,
자연과 함께 공예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을 쓴 후쿠오카 마사노부(福岡正信 1913~2008)는 풀벌레나 짐승들이 ‘어머니 지구’ 속에서 공손하게 생명을 영위하듯이 인간도 자연에 인위를 가하지 말고 살자고 주장한다. 작은 면적에서 즐겁게 농사를 지으며 물질생활이나 식생활은 가장 간소하게 하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생기는 여유를 물질문명이 아니라 진정한 문화생활로, 높은 차원의 정신생활로 연결시키라고 충고한다. 이러한 주장이 인류의 문명과 함께 지속되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과 협력의 역사인 공예와 닮아있다. 자연에서 얻은 결실에 감사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자연에서 얻은 천연 소재와 지속 가능한 재료로 유용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공예가의 마음도 그러하다.
팬데믹과 기후변화의 위기를 겪고 살아가는 시대, 공예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 없는 재료로만 취급해 온 다양한 사물과 생명체의 존중, 천연자원의 남획과 인공재료(플라스틱 등)의 남용으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 인간만을 위한 세계관이 아닌 자연, 사물, 인간의 총체적인 연결망으로서 공예의 윤리적. 사회적 실천에 대한 고민들이다. 천연 소재와 지속 가능한 재료로 제작된 수공예는 고갈되지 않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자원을 제공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생산이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민선희(맥간), 송혜경(가죽), 염숙희(섬유), 최진영(금속), 네 명의 공예가들이 충북 가덕창작실험실에서 공예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한다. 풀과 바람, 산의 능선과 대지, 사계절을 품은 빛깔, 바람과 빛이 만드는 나무와 숲의 변화를 감지한다. 그들은 자연이 만드는 형과 색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숙련된 손의 기술과 완숙한 천연재료의 해석을 통해 천천히 은은하게 스며드는 시간의 변주들이다.
빛과 결로 드러내는 장식과 실험
맥간공예가 민선희는 은은하고 영롱한 광택을 내는 보릿대로 작업한다. 맥간공예는 보리줄기인 보릿대를 판 위에 펼쳐 장식하는 공예기법이다. 짚풀을 엮어 실용적인 생활용품을 만드는 초경공예와 달리, 금박이나 나전과 같이 기물의 표면을 장식하는 기법이다. 보릿대를 가늘게 잘라 방향과 결을 달리하여 붙이고 이어, 보리 특유의 은은하고 담백한 광택과 입체적인 시각효과로 빛과 결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민선희는 식물의 문양이나 동물의 형상, 문자 등을 도안으로 디자인하여 생활기물이나 평면 작업 위에 장식한다. 붉고 검은 바탕의 기물 위에 은은하게 드러내는 금빛의 향연이다. 민선희는 이러한 맥간공예의 장식성에만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문양에서 벗어나 현대적 기하학적 패턴이나 문자의 조형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도안을 디자인하여 자신만의 맥간공예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수묵으로 글씨를 쓰고, 자유로운 획을 그은 후, 콜라쥬로 붙이는 좀 더 자유로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붙이고 잇는 작업 행위가 장식이라는 정형에 갇혀지 않고, 새로운 작업 방향 모색을 위한 위한 노력이다.
산과 대지를 품은 선과 형
가죽공예가 송혜경은 천연가죽을 염색하고 이어붙여 작업한다. 가죽공예는 수세기에 결처 사랑받아 온 자연 소재로 다양한 색조와 질감을 가진다. 또한 강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성을 가진 재료이다. 오랫동안 사용해도 변형이 적어 사용자의 손길에 길들여지면서 은은한 멋을 드러낸다. 송혜경은 손가방, 지갑 등 실용적인 작업 위에 자연의 모티브를 이어붙여 장식한다. 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절제된 색과 이어붙인 조각으로 표현한다. 또한, 천을 이어붙인 조각보처럼 다양한 색의 가죽 조각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이어붙여 선과 색을 조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소재인 가죽의 매력을 자르고 붙인 패치워크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단순히 실용적인 공예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죽이 드러내는 은은한 색과 질감의 매력을 평면작업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산과 대지를 품은 선과 형을 가죽을 잇고 붙이는 기법을 통해 평면과 입체로 확장되고 있다.
자연이 주는 빛깔과 생명력
염색공예가 염숙희는 천연염색으로 작업하며 자연의 색깔을 물들인다. 천연염색은 감, 밤, 쑥, 홍화, 쪽, 황토 등 자연에서 나오는 염료를 이용해 색을 만드는 것이다. 은은하고 소박한 색채로 물드는 매력적인 친환경적인 염색방법이다. 자연의 식물 모든 것이 염료가 된다. 지속가능성이란 공예의 가치를 더 높이는 천연염색의 과정은 창조적인 탐구와 유희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물, 바람, 햇살 기다림은 염색을 위한 온전한 조건이자 시간이다. 수십년간 식물의 염료를 사용하여 염색 작업에 매진한 그는 단순히 자연에서 색만을 얻는 것이 아니다. 염색된 섬유를 가지고 스카프와 옷도 짓고, 자연의 형상도 그려낸다. 특히 감물 염색과 줌치기법을 융합한 그녀의 독창적인 작업은 섬유 그 자체의 오브제성을 지니며 존재감을 가진다. 자연의 주는 빛깔과 생명력이 숨쉬고 있다.
자유로운 직감으로 옮긴 자연의 형상
금속공예가 최진영은 나무, 꽃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장신구와 책과 관련된 문자와 기호, 추상적인 곡선과 이미지를 단조기법을 통해 오브제 작품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금속 세공은 일반적으로 매우 정밀한 측정과 완벽한 구조적 설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은 자유로운 직감과 느낌으로 두드리며 제작한다. 제작하며 생각하고, 제작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그의 금속 작업은 장신구에서 시작해서 장식성을 지닌 평면 오브제와 은유와 상징을 지닌 형상의 입체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금속과 섬유, 목재 등 타 재료를 융합한 오브제 작업은 금속이 가지는 예민하고 날카로움을 상쇄하며 따뜻하게 느껴진다. 자유로운 손놀림으로 뜨거운 불로 달구고 두드린 작업들은 마치 체온을 닮은 금속처럼 따뜻하고 편안하다.
강재영
2025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